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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디자이너] 4. 소소한 디자인 회사를 찾는 고객들

by 영감은어디에 2024. 8. 14.

 

1인기업으로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낙천적이고 불운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고객 유형이 있다. 



1. 예술혼 따지는 고객

프로젝트의 막바지에 이르러 갑자기 
예술혼을 부르짖으며 "내가 아는 미대 교수" 혹은
"내가 아는 어느 예술가" 가 있는데 
그들에게 메인 시안 디자인 컨펌을 다시 받으라는 고객들이 있다.  
나만 빼고 다들 '상 받은 훌륭한 미대 교수' 나 '예술가' 를 한다스씩 알고 지낸다는게 놀랍다. 


2. 학교 어디 나왔냐는 고객

자기는 '디자인과' 나왔는데
나보고 어느 학교 무슨과 나왔냐고 물어보는 고객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모든 직원 즉, 매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직원까지 다 
'디자인과' 나 '미대'를 나온 사람들만 뽑는다고 했다. 어쩌라고. 


3. 잔금 안주고 질질끄는 고객 


잔금을 안주고 차일 피일 미루는 고객에게는 메인 페이지에 언더바를 붙여 버린다. 
그러면 바로 연락이 온다. 


4. 무례한 고객 


말끝마다 무례함이 뚝뚝 떨어지고
각종 비번을 전달 받을때 1818 이나 6969를 불러주는 고객이 있다. 
일이 끝나면 잔금만 받고 전화를 수신차단 한다.  
유지관리? 알아서 하라지. 


5. 훌륭한 자신에게 심취한 고객 

NGO 단체와 일을 하게 되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왜냐면 여러번 당해봤기 때문이다. 
뭐랄까. 훌륭한 자신들에게 나같은 미물이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믿는것 같다. 
대체로 그들은 옳거나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주 독한 기질이 있는 사람이 있거나 
혹은 프로젝트를 질질 끄는 사람이 한사람씩 있다. 

이보다 더 심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종 선출직에 나가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등등..
이들은 남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의 자서전을 옆에 쌓아두고는 한 권씩 나눠 준다. 
그러다가 수가 틀리면 고성과 욕설을 내뱉는데 
복식호흡을 하는지 목소리도 보통 사람들보다 한 톤 높다. 
자기 자서전이 있는 사람과는 일을 안하는게 정신에 좋다. 


6. 사이비지만 괜찮아 고객 

아이러니 하게도 사이비 교회 같은 단체의 고객들은 
예의바르고 자료도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시간도 잘 지키며 잔금도 잘 준다. 
이들은 대체로 호감형의 인간들이 많고 목소리도 좋다. 


7. 똘똘한 고객 

나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일머리가 좋은 고객이 있다. 
이런건 타고 나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이들은 중요한 것에만 시간과 돈을 쓰고 나머지는 생략하므로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된다. 
게다가 일이 잘되면 "사장님 덕분"이라거나 "은혜를 갚겠다'며 추켜 세워주는 통에 
나도 모르게 오버해서 일을 더 해주게 된다.  


8. 취향이 안좋은 고객 

촌스럽고 문제 있는 디자인을 똑같이 카피해달라는 고객이 있다. 
그러면 직업 윤리상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대체로 고객은 자신의 취향을 꺽지 않고 결국 계약은 불발된다. 
이것은 디자이너 탓이다. 고객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내가 포기한 일을 다른 누군가가 한 결과물을 나중에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이래서 내가 가난한거지' 생각한다. 


9. 나랏돈으로 시작하는 고객 

각종 지원금으로 자기돈 한 푼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고객이 있다. 
비법은 모르겠으나 일부는 전국적으로 PT를 하고 지원금을 여기 저기서 받아 낸다. 
이런 고객은 지원금 한도 내에서 거침 없이 비용을 잘 쓰고 
오픈과 동시에 망할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잔금을 잊지 않으며 (어차피 국민이 낸 세금아닌가)
심지어 실패했다고 한들 "졌잘싸" 를 외치며 결코 주눅들지 않는다. 


10. 스케일이 큰 고객 

시대의 흐름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자신의 통찰력과 정보력을 응집시켜서 
구글과 네이버와 카카오에 블록체인을 결합시킨 서비스 기획안을
가지고 오는 고객이 있다. 
방문할 때마다 여기에 서비스가 하나씩 더 추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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